진짜 창작자가 되는 법에 연결하기
CKMC 인문학 특집 특강

베스트셀러부터 할리우드 영화화까지. 소설가를 꿈꾸는 창작자의 워너비, 천선란 작가님을 모시고 지난 9월 23일 CKMC 인문학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천선란 작가님께서 이상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는데요. 순도 100% 정성 가득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창작 꿀팁과 현실적인 A to Z. 현장의 모든 말씀을 기사로 담아왔으니, 그날의 순간으로 함께 가볼까요?
“어디서든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좋다!”
작가님은 본인이 살아오신 배경을 설명하며 강연의 포문을 여셨습니다. 언제나 지구 외의 일에 관심이 많은 SF 덕후였던 작가님은 글에 대한 관심으로 예고 편입, 단국대 문예창작과로 진학하며 주변인을 질투하지 않는 법을 자연히 터득하셨다며 글은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언제나 글은 돈이 되지 않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작 작업을 하느라 영양실조까지 왔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3주 만에 쓴 작품이 바로 《천 개의 파랑》입니다.
“글쓰기는 천재가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작가는 사막을 걸어봐야 하고 밑바닥을 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에 쉬이 공감하지 못했던 작가님은 《천 개의 파랑》을 집필하면서, 27살까지 험난한 삶을 살아온 자신과 21살에 오만한 마음으로 작가가 될 거라 했던 자신이 다른 깊이를 가졌음을 체감하셨다고 합니다. 그 과정 중 <브릿G>에서 연재를 하거나 웹소설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출판 작가는 제2 직업이 꼭 필요하다.”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중요하게 짚어주신 부분은 바로 금전적인 보호막이었습니다. 생계유지가 되어야 좋아하는 걸 싫어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었는데요. 보호막이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와 육체적 노동을 막론하고 우선 돈을 벌어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의 경험이 가장 잘 녹아든 조언이자 실효성이 느껴지는 현실적인 꿀팁이기도 했습니다.
천선란 작가님만의 성공 비결 1 — 루틴 만들기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
오전 4시에 기상해 아침마다 러닝 5km를 뛰고, 주로 오전 시간에 창작 작업을 한 뒤 11시에 취침하신다는 작가님의 루틴. 작가님은 운동을 자주 하실 정도로 언제나 몸을 움직이신다고 합니다. 운동선수와 정반대로 머리를 쓰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쉴 때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하시며 이렇게 하면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하루의 루틴이 있기 때문에 잘 써지지 않거나 자괴감이 들어도 나쁜 감정은 그날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살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입시를 오래 하거나 창작 활동에 매몰되어 여유가 없는 창작자들에게 딱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천선란 작가님만의 성공 비결 2 — 판권 셀링할 준비하기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낯선 곳에 나를 던지자”
3~4년 차부터 안정적인 반응이 유지되자, 작가님은 2차 IP에 대한 문의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뛰어들기로 마음먹으셨다고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특히 미디어 업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해외 미디어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한국 작품에 대한 해외 시장의 인식을 몸소 체감했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았는데, 해외 기업은 작가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문화가 있다는 업계의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한국에서 쌓은 경험과 철학이 미국의 가치관과 많이 달라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우리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며 겪는 것들이 글로벌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IP라는 희망의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천선란 작가님의 Q&A
Q. 문장을 성장시키는 법?
A. 필사는 따로 하지 않습니다. 내가 느끼거나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한 문장이 아닌 한 페이지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문장도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데, 하다 보면 어휘력에 답답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그럴 땐 <낱말> 사이트에서 유의어를 찾아보며 공부를 합니다.
Q. 인풋은 어떻게, 얼마나?
A. 인풋 강박을 버리고 안 써질 땐 쓰지 않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여행을 하거나 사람들을 관찰하며 얻습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들꽃의 이름을 다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세상 이야기를 다 알고, 대화를 듣고, 나무와 계절을 느끼는 것이죠. 추천하는 여행지는 따로 없지만, 어디든 2주 이상 오래 머물러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뻔뻔하게 스며들어 살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Q. 쓰는 과정 중 반응을 알 수 없어 확신이 없다면?
A. 나를 이겨내는 게 글쓰기의 큰 고통이자 효능감이죠. 일단 완결까지 끝내는 게 중요합니다. 끝내지 않으면 없는 글이나 마찬가지니까요.
Q. 집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A. 캐릭터의 트라우마와 트라우마 극복법입니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처럼요.
Q. 챗지피티를 사용하는지?
A. 캐릭터 이름을 짓기에 용이한 것 같습니다. 나라나 설정을 입력한 뒤 “그러한 설정에 부합하는 사람 이름을 30개 지어 줘.” 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 외에는 고민 상담을 하는데, 집필이 잘 안 될 때 위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Q. 작가님만의 심사 기준?
A. 작가가 재미있게 썼나? 힘들게 쓴 게 아니라 재미있게 썼는가? 이걸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글과 아닌 글은 보자마자 느껴지는 편입니다.
제2의 천선란이 아닌, 제1의 누군가를 키우는 강연
공감대 형성부터 눈높이에 맞는 설명과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따뜻하고 섬세한 조언과 질의응답까지. 모든 강연과 대답에 작가님의 진심과 응원이 담긴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싸인 현장에서는 모든 참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응원 멘트를 적어주셨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르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예비 창작자들에게 목표와 방향을 세워주는 소중하고 값진 강연이었습니다.
이 강연을 통해 제2의 천선란이 되는 것을 넘어 제1의 누군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마냥 꿈만을 좇는 게 아니라 현실과 나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10년 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인지하는 똑똑한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웹소설창작전공이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취재/글 : 정예은 (웹툰웹소설콘텐츠학과 25학번)
협조 : 김성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