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 ‘삶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 정지아 작가님 특강
- 2024년 8월 26일
- 4분 분량

지난 5일, 현재관 강당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님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많은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편안한 분위기 속에 강연이 시작되었는데요.
‘삶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가’라는 주제와 같이 타인을 이해하는 법, 이야기를 만들 때 중요한 것, 창작자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등 ‘삶’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소설을 쓰게 된 이유>
이번 강연은 작가님의 ‘첫 이야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작가님께선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수 없어
글로 쓰게 되셨다고 합니다.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형태의 글이었으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진솔하게 담은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작가님은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이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관찰이 ‘나’라는 존재에서 벗어나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짧은 일화를 함께 들려주셨습니다.
‘언젠가 수풀 사이에서 한 나뭇가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람쥐가 흔든다기엔 너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곳에만 바람이 불고 있더라.
바람이 한 줄기만 분다는 걸 상상이나 했나?
어쩌면 ‘타인’과 ‘홀로 흔들리던 나뭇가지’는 비슷한 게 아닐까?’
이야기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직업을 갖고, 관계를 맺고 살다가 어떻게 죽어가는가,
작가님께선 ‘이야기의 큰 틀은 사람의 생사에서 겪는 모든 경험의 총체’라고 덧붙이시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만들 때 중요한 것>
1. 세상을 보는 프리즘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얼마나 이해하냐에 따라 자신의 색이 결정된다.
2. 얼마나 더 풍부한 이야기를 쓰는가는 이해의 폭에 달려있다.
작가님께선 과거 장편 소설 집필을 어려워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인물에 생동감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는 속물적인 사장이 등장하지만
정작 작가님의 주변에 속물이라 할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속물이란 ‘가치를 좇아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그러나 말뜻만 알고서는 소설 속 인물을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작가님은 타인을 이해하기 전까지 장편은 불가능하단 것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모순까지도 온전히 볼 줄 알아야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조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인간을 얼마나 폭넓게 볼 수 있는가’에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미지 제공: 김도연 학생)
<창작자로서의 마음가짐>
또한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는 것은 인간을 대하는데 가치판단이 불분명하기에,
바꿔 말해 싫어하는 것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큰 작가가 되기 위해선 ‘싫어하지 않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합니다.
타인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는 순간 그 인물은 소설 안에서 협소해질 수밖에 없기에,
이야기의 확장을 위해선 편견을 버릴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어느덧 강연이 끝날 시간, 작가님께선 마지막으로
청강대 학생들에게 이러한 말을 남겨주셨습니다.
<정지아 작가님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첫 번째로, 어떻게 하면 글 잘 쓰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재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될 때까지 쓰는 놈이 승자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쓴다고 얘기하지 않나.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끈기와 인내를 뛰어넘지 못한다.
노력하면 인간을 보는 눈, 좋은 문장, 모두 확장된다.
그러니 될 때까지 써라.
두 번째로, 사람마다 성공의 시기가 다르다.
일찍 성공하면 자기를 과신하게 되고 인간적으로 오만해지기도 쉽다.
늦게 성공하고 나니 떴다는 게 별 게 아니란 걸 알기도 한다.
그러니 삼사십 대가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때가 온다.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Q&A 시간을 가졌습니다.
Q. 사람을 보는 데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A. 기준을 갖기보단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면 된다. 요새 사람들은 고양이를 되게 유심히 본다. 배를 까면 만지라는 건가? 그런데 막상 만지면 할퀴려고 한다거나, 어떤 친구가 사소한 부분에서 자꾸 거짓말한다거나. 그런 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연이 보인다.
Q. 무언가를 싫어하지 않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에 중요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일단 좋은 것부터다. 좋은 걸 하다 보면 싫은 걸 할 때도 오고,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싫은 일부터 빨리 끝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일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성향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계도 상당히 다르겠다.
Q. 우울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병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데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우리는 존재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난 삼성 가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라고 한다고 그렇게 태어날 수 있는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비난받는 사회는 없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구조가 우울증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Q. 심리적인 가난이 글 속에 드러납니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고통스러운데,
이럴 때 어떤 식으로 마음을 가다듬으시나요?
A. 사실 지금은 그런 고통을 잘 느끼지 않는다. 고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내 안의 한계를 발견한다고 생각하면 재밌다. 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 방법은 없다. 자기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스무 살부터 자기감정을 통제하며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은 부딪히며 성장하는 것이고, 아픈 만큼 글이 좋아진다. 콤플렉스의 크기, 열등감의 크기, 상처의 크기가 작품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새디스트 같은 마음으로 (웃음) 쾌감을 얻는 방법을 찾는 건 어떨까 싶다.
Q. 현실의 인물을 소설에 녹였을 때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건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작품 속 이야기와 현실은 구분되어 있다. 내가 느낀 심리를 표현하려 할 땐 실제 에피소드를 더 극화 시켜야 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아버지를 떠났다’라는 사실을 ‘낫으로 책을 베고 아버지를 떠나는 것’으로 표현했듯이. 작가는 살아오며 겪어온 에피소드가 축적되면서 타인을 파악하게 됐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에피소드만으로 캐릭터를 파악해야 한다. 긴 시간 지켜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적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겪은 것 같은 임팩트를 주려면 이야기를 강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작자로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또 고민해볼 법한 주제를
진솔하게 답변해주신 덕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특강은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던 만큼,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웹소설창작전공에서는 작법 등 실전 특강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마음 챙김을 위한 인문학 강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다양한 특강에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리며,
다음에도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의 새로운 뉴스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웹소설창작전공 취재팀 박유미였습니다!
취재/글 : 박유미(웹툰웹소설콘텐츠학과 24학번)
협조 : 김도연(웹툰웹소설콘텐츠학과 2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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